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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릭] 발품 안 팔고 ‘직방’ 해결하려다, 포토샵한 미끼 집에 낚였네

3 이 기사는 2017-02-22 오전 00:01:00 에 실린 기사입니다.

| 자취생 울리는 부동산 중개앱


전화하면 “방금 나가” 다른 원룸 권해
서울 매물 60%가 가격·옵션 등 허위
헛걸음보상제 나와도 피해 안 줄어

 

 



집 구할 때 부동산보다 스마트폰 먼저 찾는 세상이다. ‘직방’‘다방’ 등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등록된 부동산 중개앱 수는 250여 개(2016년 12월 기준)나 된다.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직방’은 누적 다운로드 수가 1800만을 돌파했다. 인터넷 쇼핑하듯 전월세 매물을 알아보는 시대에 ‘발품’이란 단어는 옛말이 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용자들을 헛걸음하게 만드는 허위매물 때문이다.

대학생 이병관(22)씨는 2016년 6월 서울 신림동 일대 자취방을 구하려고 부동산앱을 이용했다. 원룸 매물들은 이씨의 예상보다 조건이 훨씬 좋았다. 원룸치고 넓은 43㎡(13평)에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신축 오피스텔인데도 월세는 30만원 정도로 비교적 합리적이었다. 이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이지만 방을 처음 구하다 보니 혹했다”고 했다. 골라둔 방을 보러가려고 부동산에 전화하자 “그 방이 방금 나갔는데 비슷한 다른 좋은 방이 많으니 빨리 들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찾아갔더니 부동산 업주는 다른 얘기를 했다. “우리가 사진을 보내면 앱 운영 업체가 포토샵으로 보정을 해서 올리기 때문에 무슨 매물이든 실물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실제로 부동산에서 보여준 방은 앱에서 확인한 방들과는 영 딴 판이었다. 20㎡(6평) 남짓되는 낡은 집이었지만 월세는 더 비쌌다. 심지어 처음 앱에서 확인하고 마음에 쏙 들었던 매물 주소를 확인해보니 아예 건물이 없는 공터였다. 처음부터 호객용 미끼였던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 4~5월 부동산앱 직방·다방·방콜에 올라온 서울 지역 100개 매물을 조사한 결과 매물이 없거나 가격·옵션 정보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59건(60%)에 달했다. 사전에 전화로 예약을 하고 방문했는데도 매물을 보지 못한 경우도 22건이나 됐다. 보증금·월세 등 가격 조건이 일치하지 않거나(13건), 층수·옵션·인근 지하철역과의 거리 등 정보가 불일치하는 경우(24건)도 많았다.
 
 
부동산앱에 허위로 오른 원룸 주소의 로드뷰 화면. 아예 건물이 없는 공터다.

부동산앱에 허위로 오른 원룸 주소의 로드뷰 화면. 아예 건물이 없는 공터다.

 
한국소비자연맹 부산경남지부가 전국 소비자 5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앱 경험자 237명 중 절반(46.5%)에 달하는 80명이 피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용자 3명 중 1명이 ‘낚시 매물’에 엮였다. 그렇다보니 TV에선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광고를 계속 돌리고 있지만 부동산앱을 믿느니 차라리 발품을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 2016년말 금천구에 집을 구한 직장인 이건희(29)씨도 그런 경우다. 대구 출신으로 대학 시절부터 자취방을 수차례 구해 온 이씨는 “앱에 허위매물이 워낙 많다보니 그냥 주변 시세 알아보는 용으로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영민(28)씨 역시 “스무살 때부터 집을 직접 구하다보니 허위매물을 걸러내는 노하우가 생겼다”며 “부동산 앱에서 공인중개사 이름을 검색해 보면 같은 사진을 중복으로 올리는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사례가 발견되면 믿을 수 없는 매물로 보고 아예 제외한다.
 
부동산앱 신뢰도가 추락하자 업체들은 자정작업에 나섰다. 직방은 허위매물을 올리는 악성 중개사를 퇴출하는 ‘허위매물 아웃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월엔 원룸 매물이 많은 강남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보증금이나 월세를 실제보다 낮게 기재한 중개사를 가려내 사안에 따라 탈퇴시키거나 경고를 줬다. 당시 적발된 부동산은 모두 23곳으로, 강남구에서 직방을 이용하는 200여 곳의 중개사 중 10% 수준이었다. 매물 수로는 강남구 전체 매물의 25%에 해당했다. 전수조사 후 직방에 등록한 강남구 전세 시세는 1000만원, 월세는 5만~20만원까지 올랐다. 다방은 앱 상에서 실시간으로 허위ㆍ미끼 매물을 자동적으로 걸러내는 AI(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허위매물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이용자들을 위한 신고제도 있다. 직방은 2014년 ‘헛걸음보상제’, 다방은 2015년 ‘허위매물 ZERO’라는 이름으로 허위매물 보상제를 운영해오고 있다. 해당 앱의 보상신청 메뉴에서 허위매물 등록번호를 입력하거나 매물 광고 글에 직접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허위매물로 인한 피해가 입증되면 직방은 현금 3만원과 소정의 증정품(청소도구 등)을, 다방은 모바일 기프티콘을 준다.
 
이런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대개 사후약방문 식인 데다 실제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는 이유다. 허위매물 보상을 받으려면 부동산을 방문한 당일 중개사가 “지금 그 방을 볼 수 있다”고 말한 통화내역, 상담 중개사의 명함, 허위매물임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나 녹취 파일 등이 필요하다. 중개사가 전화 상에서 “일단 한번 보러 나오라”는 말만 반복하거나 “명함이 없다”며 주지 않으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입증할 방법이 없다. 방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집주인이 사진 촬영을 불허한다”거나 “입주자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막는 부동산 업자도 많다.
 
형식을 갖춰 신고를 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직방 측은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허위매물의 기준이 우리와 다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직방과 다방 측에 신고 건수와 이에 따른 보상 건수를 요청했지만 두 곳 모두 공개를 거부했다. 다방 측은 “부동산끼리 경쟁이 심해서 서로를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경향이 있어 총 신고 수가 많은 편”이라며 “소비자 구제 비율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소비자원은 국토교통부에 부동산 매물에 대한 거짓ㆍ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을 가능하게 하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모두 “부동산앱은 현행 공인중개사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공인중개사 신혜선씨는 “매물 사진이 표시 면적에 비해 넓어 보이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할 경우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한다”며 “다른 부동산에서 올린 동일매물의 조건을 대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