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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클릭] 5시간 기다려도 대답 없는 택시, 휠체어 배터리가 간당간당

1 이 기사는 2017-01-11 오전 00:01:00 에 실린 기사입니다.

| ‘하늘의 별 따기’ 장애인 콜택시
지난해 연말 시청 앞에서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은 5시간이 넘었다. 오준엽 인턴기자

지난해 연말 시청 앞에서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은 5시간이 넘었다. 오준엽 인턴기자


“곧 있으면 휠체어 배터리도 방전될 텐데…참 난감합니다.”

지난해 17일 새벽에 만난 뇌병변 2급 장애자 최진기(26)씨는 시청역 곱창집에서 모임을 끝낸 후 5시간째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연말인 걸 감안해 밤 8시에 미리 택시를 불렀지만 새벽 1시까지 택시는 오지 않았다. 콜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어 봐도 수화기에선 “서울시 전체 장애인 콜택시 대기자는 205명, 시청역 인근에서는 32명이 대기중”이라는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장애인 콜택시가 등장한지 올해로 14년째. 현재 서울시에는 총 437대의 장애인콜택시가 운영중이지만 양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턱없이 부족한 택시 숫자로 인한 긴 대기시간이다. 장애인 30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연말 저녁 장애인 콜택시의 평균 대기시간은 5~6시간으로 조사됐다. 복합장애를 앓고 있는 문기혁(51)씨는 “눈이 쏟아지고 빙판길이 생기는 연말에는 콜택시가 더더욱 절실한데 장시간 대기 상황은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인콜택시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고단측은 “법정대수 기준인 ‘장애인 200명당 1명’을 지키고 있다”면서 “예산 문제 등으로 당장은 증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휠체어를 탄 채 탈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 차량.

휠체어를 탄 채 탈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 차량.

콜택시 기사 부족에 대한 지적도 함께 나온다. 현재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는 총 595명. 모든 운전기사가 2교대로 근무한다 해도 약 140여대는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 연말에는 비정규직 기사들의 재계약 문제가 겹쳐 기사운용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비정규직 콜택시 기사는 120명. 이들은 통상 9개월 단위로 서울시와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연말에 대기시간이 더 길어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장애인콜택시 노조 측은 “비정규직이 1년간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2년 간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시설공단 측은 “예산부족으로 인한 효율적 인력운영을 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장애인 콜택시가 도입된 지 14년이 됐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택시기사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부터 기존 20분에서 10분으로 줄어든 고객 대기시간도 논란이다. 10분 이내에 콜택시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택시가 먼저 떠나버려도 항의 할 수 없다. 혹은 벌점이 부과돼 차후 콜택시 호출 시 불이익이 주어진다. 복합장애를 앓고 있는 강한새(25)씨는 “높은 건물에 있거나 화장실에 있을 경우 휠체어로 도로까지 10분 내에 이동하는 건 무리”라며 “서두르다보면 몸이 긴장돼 근육경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설공단측은 “택시 지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분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택시 자체의 안전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현재 운행중인 장애인 콜택시에는 휠체어를 차에 고정시키는 고리 외에는 에어백 등 사고 발생시 충격을 흡수할만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호흡곤란 등 위급상황을 알릴만한 비상벨도 없다. 뇌병변장애 2급을 앓고 있는 문명진(31)씨는 “흔들리는 차안에 있으면 평소보다 호흡곤란이 자주 발생하곤 하는데 운전석과의 거리가 1m가 넘고 비상벨도 따로 없어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장애인에게 콜택시는 선택의 수단이 아닌 필수적인 이동수단”이라며 “우선 정부부터 장애인 콜택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책임감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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