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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의 '학창 시절'] 지능지수보다 역경지수를 높여라

3 이 기사는 2016-05-12 오후 15:17:33 에 실린 기사입니다.

‘헬리콥터 맘’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실 겁니다. 자녀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관여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어머니의 유형을 일컫는 신조어지요. 워낙 대입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자녀가 이를 준비하는 과정인 중고교 시절에는 아무리 초탈한 성격의 학부모도 잠시 헬리콥터 맘으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대입뿐 아니라 취업이나 결혼까지 쉽지 않아지자, 헬리콥터 맘의 기간이 점점 연장되고 있다는 게 최근 뉴스입니다. 엄마가 자녀의 대학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학점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 됐고, “내 아이와 팀별 과제를 함께 하는 학생 중 한 명이 소극적이니 교체해달라”고 항의하는 일도 잦다고 하죠. 군대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 삽질 좀 그만 시켜라”“입이 짧은 아이인데, 식사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해달라”는 헬리콥터 맘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녀 몰래 결혼정보회사에 가입시키고 엄마가 먼저 대리 맞선을 본 뒤 소개팅을 주선하기도 하고, 직장 생활에도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지요.

헬리콥터 맘의 넓어진 행동 반경을 정리한 기사도 여럿 눈에 띕니다. 댓글은 하나같이 부정적입니다. ‘자녀가 부모의 아바타가 아니니 그만 좀 하라’‘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는 평생 정신적 유아기에 머문다.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헬리콥터 맘의 항변을 들어보면 마냥 그들을 손가락질할 수만도 없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다. 자녀가 실패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기 전에 고사할 수도 있는데 부모가 어떻게 이를 두고 보느냐”는 겁니다.

자녀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한발 뒤로 물러나 주려면 아이의 시행착오가 좌절과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게 부모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두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헬리콥터 맘에게는 그 발판을 제공할 힘이 없으니 차라리 ‘실패 없는 삶’을 계획하고 인도해주는 방법밖에 없다는 항변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만 성공가도를 달리게 하려는 이기심”이라 하지만, 실상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제공해줘야 한다는 절박함”의 발로라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교육열이 뜨거운 민족이 바로 유대인인데요. 부모의 철저한 가정교육을 통해 영재성을 키운다고 하죠. 자녀의 재능을 개발하고 영재성을 꽃피우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인데, 유대인과 우리의 교육열은 왜, 어떻게 다른지를 쉽게 풀어놓은 책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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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에 완성되는 유대인 자녀교육』이라는 제목만 보고 ‘조기 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오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유대인들이 열세 살에 성인식을 치르기까지 집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짤막하고 알기 쉽게 풀어놓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유대인이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지능지수IQ가 아니라 역경지수AQ라는 대목입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를 의연하게 맞서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곧 역경지수를 통해 드러나는 덕목입니다. 역경지수를 높이는 교육방식 중 대표적인 것이 ‘식탐 조절 훈련’이라고 하는 데요. 아이가 음식에 탐욕을 부릴 때 단호하게 억제시키는 겁니다. 식탐이 많은 아이에게 먹는 양을 줄이게 제지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음식을 언제 어떻게 먹느냐를 알려준다고 합니다. 아이가 아무리 울고 떼를 써도 정해진 양 이상을 주지 않는 원칙을 일관성있게 지키면, 아이가 집착을 절제하고 인내력과 자제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식욕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면 다른 욕구 조절도 쉬워져, 아침잠을 떨치고 벌떡 일어나기나 사춘기 몸의 변화 등에도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선을 베푸는 습관을 교육하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유대인은 남을 돕고 사는 것이 ‘미덕’이 아니고 ‘일상적인 일’로 익히게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에게 도움을 줄 때, 누구를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어느 정도가 적정한 도움인지까지 구체적으로 가르친다는 겁니다. 1순위는 아내와 남편, 즉 배우자입니다. 2번째는 13세 미만의 어린 자녀, 3번째는 연로하신 부모님 순서입니다. 그 뒤에는 가까운 친척부터 동네 이웃 등 점점 범위를 넓혀 국가와 세계로까지 확장합니다.

좋은 일을 한다는 기분에 취해 기준 없이 아무렇게나 돕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고 나의 행동이 기준에 맞는 것인지 철저하게 따져보는 ‘원칙있는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법이 인상적입니다.

유대인들은 자녀가 13세가 되면 한 명의 성인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온전한 어른으로서의 책임까지 지게 합니다. 그들이 가정에서 가르치는 것은 ‘대학’에 가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한명의 어른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각종 삶의 지혜와 기준들인데요. 유대인 어린이들이 배운다는 금융에 대한 개념, 인간관계, 생활습관 등을 들여다보니 마흔이 다된 저도 아직 모르고 있는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자녀를 향한 뜨거운 교육열을 어느 방향으로 쏟아야 할지 점검할 수 있게 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강남통신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박형수 기자의 '학창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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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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