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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의 미장원 수다] 2016년 봄, 한국 쿠션 전쟁의 발발

3 이 기사는 2016-03-09 오후 14:46:19 에 실린 기사입니다.

2016년 2월.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전쟁터는 대한민국. 참전국은 한국, 미국, 프랑스 3개국입니다. 3개국의 내로라하는 화장품 회사 10곳 이상이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원래 이 전쟁은 한국 선수들끼리만의 전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 프랑스 선수가 이 전쟁에 함께 하겠다며 나타나더니, 올봄엔 갑자기 수많은 해외 선수들이 한국에 전쟁을 같이 하겠다고 뛰어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바로 한국 여성의 필수품화되어버린 화장품 '쿠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쿠션, 혹은 쿠션 팩트라 불리는 이 화장품은 도장 인주처럼 생긴 스폰지에 액상 파운데이션을 담아 놓고 퍼프로 찍어 쓰는 메이크업 제품입니다. 피부톤과 색을 정리해주는 피부 표현용 화장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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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페 에어쿠션 XP

올봄 뷰티업계 최고의 이슈가 바로 이 쿠션입니다.

이미 한국엔 2008년 아이오페의 '에어쿠션'을 시작으로 헤라·설화수·라네즈·마몽드·리리코스 등 10개가 넘는 아모레퍼시픽의 거의 모든 브랜드와 경쟁사인 LG생활건강, 미샤·토니모리·에뛰드하우스 등 브랜드숍 화장품이 쿠션을 만들었습니다. '악마쿠션' '백조쿠션' 등 특이한 이름을 내세운 온라인 쇼핑몰 전용 제품과 홈쇼핑 제품도 나왔죠. 한국에서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 모두 쿠션을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잘 팔리기 때문이죠.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에서만 2015년까지 팔린 쿠션만해도 8000만 개 이상이라고 하니 쿠션의 인기를 짐작할만합니다.

하지만 이건 한국 안에서만의 이야기였습니다. 해외의 유명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선 쿠션을 "혁신적이고 매우 스마트한 제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선뜻 제품화하진 않았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다른 여러 나라에서의 판매도 함께 생각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 외의 나라에서 과연 쿠션이 잘 팔릴지 확신하지 못했던 겁니다. BB크림에 대한 확신과는 다른 양상이었죠.

"한국에 BB크림, 쿠션 말고 그 다음에 히트한 화장품은 어떤 게 있나요?"

지난해 한 유명 프랑스 화장품의 제품 개발자와 만나 식사를 하던 중 그가 한 질문입니다. 트렌드가 빠른 K-뷰티의 BB크림과 쿠션을 칭찬하며 다음 히트작이 궁금하다는 얘기였지만, 그의 BB크림과 쿠션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그는 "유럽에서도 BB크림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화장품"이라며 "쿠션은 혁신적인 제품이고 피부 표현도 뛰어나지만 아직 시장에서 잘 먹힐지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위생상 좋지 않을 것 같아 꺼리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축축한 상태의 스폰지를 얼굴에 닿았던 퍼프로 계속 쓰면 변질될 위험이 있지 않냐는 걱정에서였습니다.

그리고 '뚱뚱한' 케이스에 대한 불만도 꺼냈습니다. 화장품이란 아름다운 케이스도 중요한데 쿠션의 두껍고 투박한 케이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뷰티스럽지 않다'는 거죠.(이건 정말 공감가는 부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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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브라운 스킨 쿠션 콤팩트 파운데이션(왼쪽), 슈에무라 블랑:크로마 UV 쿠션 파운데이션


그런데 올봄엔 이들의 쿠션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프랑스 화장품 '랑콤'이 처음 쿠션을 만들어 내놓더니 올봄엔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인 맥, 바비 브라운, 슈에무라, 입생로랑과 스킨케어를 위주로 했던 에스티 로더, 비오템도 쿠션을 내놨습니다.

처음 쿠션 전쟁에 참가한 랑콤 역시 올봄엔 조금더 수분감이 많으면서 커버력이 높은 쿠션을 추가로 내놨습니다. 여기에 프랑스 화장품 디올과 지방시도 올봄 시즌 내로 쿠션을 출시할 거라는 소문이 들립니다.

해외 브랜드의 쿠션을 살펴보니, 일단 컬러 종류가 많습니다. 보통 2~3가지 종류의 컬러를 준비한 한국 쿠션에 비해 슈에무라는 6가지 컬러의 쿠션을, 바비 브라운·맥은 5가지 컬러의 쿠션을 내놨습니다. 모두 파운데이션에 자신있는 브랜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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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콤 2중 네트 쿠션(왼쪽), 맥(MAC) 라이트풀C 퀵 피니시 컴팩트


투박하기만 했던 케이스에도 브랜드 고유의 색(色)을 입혔습니다. 바비 브라운은 검정색의 세련된 케이스를, 랑콤은 고유 모티프인 장미 꽃잎을 뚜껑에 새겼네요. 맥은 흰색 바탕에 메이크업 브랜드임을 상징하는 컬러를 입혔고요.

가격도 한국 제품에 비해 아주 높지 않습니다. 가장 비싼 입생로랑(7만5000원)을 제외하면 모두 4만~6만원대로 한국의 백화점 입점 브랜드 쿠션과 비슷하거나 1만~2만원 정도 비싼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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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템 아쿠아수르스 수분 플럼핑 쿠션

여성들의 반응은 호의적입니다. 해외 브랜드의 쿠션 출시 소식에 대부분이 "어떤 게 좋나요?"라는 호기심을 표현합니다. 좋은 제품이라면 굳이 한국 제품이 아니어도 해외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겠다는 의미가 엿보입니다.

소비자에겐 좋은 일일수도 있지만 한국 화장품 회사들에겐 제품력과 좋은 이미지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해외 화장품 회사의 한국 쿠션 시장 공략은 분명 위협적입니다. 한국이 쿠션의 원조라지만 컬러 개수와 케이스 싸움에서 한국이 불리해 보입니다. 한국 브랜드에서 다시 추가로 여러 컬러를 준비해 내놓고 수분감을 더 주는 등 제품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말이죠.

이제 쿠션 전쟁은 시작 단계입니다. 한국이 쿠션의 원조라고 자부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의 쿠션 전쟁에서도 과연 승자가 될 수 있을까요.


쿠션 가격 & 컬러 비교


해외 화장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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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장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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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통신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윤경희 기자의 미장원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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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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