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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푼 5] 한식주점, 도시 나그네 위로하는 한 잔 술과 담백한 안주

1 이 기사는 2016-02-03 오전 00:10:00 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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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희옥’은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한 한식 안주 리스트가 다양하다. 김치말이국수, 거북손 조개찜은 이집에서 직접 제조해서 파는 ‘소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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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통신 ‘레드스푼 5’를 선정합니다. 레드스푼은 강남통신이 뽑은 맛집을 뜻하는 새 이름입니다. 전문가 추천을 받아 해당 품목의 맛집 10곳을 선정한 후 독자 투표와 전문가 투표 점수를 합산해 1~5위를 매겼습니다. 이번 회는 한식주점입니다.

프랑스에 비스트로가 있고 일본에 이자카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주점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나그네들에게 술과 밥을 팔던 주막이 요즘 형태로 변화한 겁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맛깔난 안주, 독특한 술 리스트로 애주가들을 유혹하는 한식주점 맛집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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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락희옥
전복숙회·거북손…미식가들 단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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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 안 쓴 한식과 다양한 술이 매력. 마무리는 늘 된장국수로 한다.” (독자 고원석)

 마포구 용강동 주택가에 화제의 술집이 하나 있다. 지역 주민보다 여의도 증권맨과 알음알음 찾아 온 미식가 손님이 더 많다는 한식주점 ‘락희옥’이다. 지난달 27일 점심 때 찾은 락희옥은 점심 식사와 낮술을 즐기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강남에서 한식주점을 10년 넘게 운영했다는 김선희 대표는 “나도 애주가인데 술안주로는 한식이 최고”라며 메뉴판을 빼곡히 채운 한식 안주 얘기부터 꺼냈다.

 “술집은 술만 맛있다고 잘되지 않아요. 배고픈 사람을 위한 안주, 배부른 사람을 위한 안주, 해장 메뉴까지 음식이 탄탄해야 해요.”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안주는 보쌈과 차돌박이 같은 든든한 일품 요리부터 성게알, 석화, 거북손 조개 같은 제철 해산물 요리까지 다양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육전이다. 한우 안심을 섞은 반죽으로 전을 부쳐 고소하고 담백하다. 전복숙회는 고급 안주다. 완도에서 직송한 전복을 살짝 쪄내 와사비 초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통영에서 직송한 멍게를 갖은 채소와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은 겨울에만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

 김치말이 국수도 이 집의 별미다. 양지머리 육수로 숙성한 배추김치와 갖은 채소로 만든 동치미를 배합해서 만드는데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끝맛이 일품이다. 주문한 음식은 국내 작가의 도자기·유기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낸다.

 이야기 중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소맥’을 주문한다고 했다. 맥주와 소주를 직접 배합해서 만드는 게 소맥이지만 락희옥에서는 특이하게 소맥을 아예 배합해서 판매한다. 용강동 매장에서는 ‘맥스’ 생맥주에 일품 진로소주를 배합해서 팔고, 을지로점에서는 일본 크래프트 맥주 ‘코에도’에 참이슬을 섞어서 만든다. 김대표는 “소맥 메뉴를 개발하느라고 수십 병 섞어 마시다 보니 술이 늘었다”며 웃었다.

 와인 40여 종, 맥주 10여 종이 있는데 최근 손님들이 소맥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는 건 일품진로 소주다. 고급스러운 병과 깔끔한 맛 때문에 온더락(얼음을 넣어 희석시켜 마시는 것) 방식으로도 많이 마신다.

 와인은 병당 3만~12만원대로 부담 없는 가격의 제품을 판다. 콜키지(와인을 직접 가져가서 마실 때 내는 서비스 비용)를 받지 않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도 많이 찾는다.

○ 대표 메뉴: 육전 3만5000원, 김치말이국수 8000원, 소맥 3000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719-9797
○ 주소: 마포구 용강동 494-56 1층
○ 주차: 매장 앞 2대 가능


2위 이파리
조선 3대 명주와 다양한 막걸리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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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한식 요리와 훌륭한 전통주 라인업.” (독자 김재경)

 연남동에서 연희동으로 이전한 ‘이파리’는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차린 술상처럼 정갈하고 맛있는 한식으로 유명하다. 홀 한가운데 있는 ‘ㄷ’자 모양의 바 좌석은 오픈키친이다. 셰프가 가운데 서서 요리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고, 식재료 설명도 해준다. 메뉴는 탕·전·회 요리로 심플하게 구성했다. 코다리 만둣국, 3색 육회, 한우사태 냉잡채, 어리굴젓 순두부 같은 독특한 한식 메뉴가 많다. 처음 방문했다면 매번 바뀌는 오늘의 메뉴를 주문하는 것도 좋다. 청주, 고급 소주 등 전통주 리스트가 다양하다. 이강주·감홍로·죽력고 같은 조선 3대 명주는 병으로도 팔고, 세 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맛보기’ 메뉴로도 판다. 송명섭 막걸리, 홍천강 탁주, 천비향 생탁주 같은 막걸리 리스트도 다채롭다.

○ 대표 메뉴: 코다리 만둣국 2만4000원, 3색 육회 2만8000원
○ 운영 시간: 오후 5시~새벽 3시,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010-5188-7766
○ 주소: 서대문구 연희동 193-16 2층
○ 주차: 발레파킹


3위 개미집
전라 방언 ‘개미지다’처럼 감칠맛 나는 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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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유자 막걸리 같은 독특한 술이 많아서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독자 정현숙)

 ‘개미집’이라는 이름은 감칠맛 난다는 뜻의 전라남도 방언 ‘개미지다’는 말에서 따왔다. 아늑한 조명, 나무 테이블과 철제 의자, 일러스트가 그려진 벽 등 인테리어만 보면 한식 술집보다는 위스키 바 같은 분위기다. 메뉴와 술 리스트는 평소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 전국 방방곡곡 맛집을 찾아 다녔던 김홍준 대표가 직접 짰다. 국산 식재료를 쓰고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는 게 원칙이다. 대표 안주는 김홍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한 홍어다. 국산 암컷을 구입해 저온에서 숙성한 개미집 홍어는 전라도 홍어보다 깔끔하고 담백하다. 그 외에도 유자 갈비구이, 홍어애탕 등 술안주로 좋은 메뉴가 즐비하다. 자체 제조한 하우스 막걸리와 동동주 말고도 자몽·청포도 슬러시 막걸리 같은 창작 술을 판다. 몸에 좋은 꾸지뽕 막걸리는 여자들이 더 많이 찾는다.

○ 대표 메뉴: 유자갈비구이 3만원, 홍어삼합 9만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 30분~새벽 2시, 주말은 오후 5시~새벽 1시
○ 전화번호: 02-541-5955
○ 주소: 강남구 신사동 528-4
○ 주차: 발레파킹


4위 산호
신선한 제철 요리로 갈 때마다 다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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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가 깔끔하고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분위기.” (독자 최금용)

캐주얼하고 모던한 콘셉트로 꾸민 ‘산호’는 2013년 오픈한 뒤 애주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한식주점이다.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단골 연령층도 다양하다. 안쪽에 두 개의 룸이 있어 단체 손님도 많이 찾는다. 음식은 전라남도 요리가 중심이지만, 제주도나 강원도 등 지역 특산물을 소개할 때도 있다. 그날그날 공수한 해산물이나 채소를 쓰기 때문에 메뉴는 매번 달라진다. 이 집 대표 메뉴는 삭힌 홍어와 묵은 김치, 돼지고기 수육과 완도 김으로 구성한 ‘홍어사합’이다.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민어는 미리 말려서 한겨울이 되면 찜요리로 낸다. 생선회는 원하는 생선을 미리 예약하면 날짜에 맞춰 준비해준다. 일본 수제 맥주 ‘카구아’ 같은 독특한 술이 있지만 한식에 잘 어울리는 지평 막걸리, 매실원주, 가을국화주, 화요도 인기다.

○ 대표 메뉴: 홍어사합 6만원, 서대찜 2만5000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2시
○ 전화번호: 02-517-0035
○ 주소: 강남구 신사동 525-7
○ 주차: 발레파킹


5위 모이
한적한 한남동 골목길의 운치 있는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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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가 낮아 낮술을 마셔도 한밤중 같은 기분이 드는 곳.” (독자 김민아)

한남동 한적한 골목길이 내려다 보이는 운치 있는 술집이다. 검은색 나무 테이블과 조명으로 포인트를 준 실내는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다. 메뉴는 특정 지역 음식보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요리가 많다. 활낙지탕, 한우차돌찜, 매운돼지갈비찜, 돼지석쇠구이를 많이 찾는다. 활전복 참마구이, 한우 스지무침, 닭모래집볶음 등 매니어들이 즐겨 찾는 메뉴도 눈에 띈다. 겨울에는 키조개전, 도미회, 문어숙회 등 해산물 리스트가 더 풍성해진다. 술은 막걸리가 가장 잘 팔린다. 상큼한 우도 생막걸리, 고소한 우도 땅콩 막걸리, 쌉싸래한 곤드레 막걸리는 다른 집에 없는 ‘모이’의 특허 막걸리다. 그 외에도 유자처럼, 블루하와이, 셜리템플 같은 창착 칵테일 리스트가 다양하다.

○ 대표 메뉴: 한우곱창전골 4만5000원, 모듬생선구이 4만원
○ 운영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2시
○ 전화번호: 02-790-7784
○ 주소: 용산구 한남동 30-1
○ 주차: 발레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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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는 조선시대 주막
해방 후엔 대폿집으로


술집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조선시대는 장터와 나루터, 도시를 잇는 길목에 있던 주막(酒幕)의 전성기였다. 그러다 근대화를 겪으며 선술집과 주점(酒店)이 생겨났고, 식민지 시대에는 대폿집이 유행했다. 요즘은 다시 한식주점의 시대다. 형태는 100년 전 주막과 비슷하지만 술과 안주 리스트는 옛날과 완전히 달라졌다. 옛날 술집은 어땠을까.


조선시대 술 찌꺼기 거른 모주 주로 마셔
깔끔한 안주 인기로 한식주점 점점 늘어
일본 이자카야, 프랑스 비스트로와 비슷



조선시대 주막은 술과 밥을 팔았고 여관 역할을 겸했다. 김홍도의 ‘풍속도화첩’ 일부인 작품 ‘주막’이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허름한 초가지붕 아래 주모는 국을 뜨고 손님은 밥과 술을 먹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당시의 주막 분위기가 자세히 나온다. 이런 주막들은 창호지에 주(酒)라는 글자를 써서 문 앞에 붙이고 장사를 했다. 특별히 간판을 달진 않았지만 우물집, 느티나무집처럼 가게가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이름을 지었다.

이때 많이 팔던 술이 모주(母酒)다. 술을 걸러 낸 찌꺼기에 물을 부어 한 번 더 우려내 맛은 밍밍했고 도수도 낮은 서민의 술이었다. 주머니 사정이 나은 손님은 막걸리를 마셨다. 안주는 삶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생선구이, 뼈를 고아 하얗게 끓인 술국, 국밥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한식 주점에서 파는 안주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여관의 역할을 겸한 주막은 점차 사라졌다. 음식인문학자 주영하가 지은 『식탁 위의 한국사』에 따르면 주막이 사라지면서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는 선술집이 생겨났다. 주점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이런 술집에서는 주인이 직접 술을 담그고 특색 있는 일품요리나 국수를 팔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안주는 술을 주문하면 덤으로 주는 음식이었는데, 이때부터는 안주도 제값 받고 팔기 시작했다. 식재료와 맛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해방 이후에는 대폿집이 등장했다. 전쟁 때 미군들이 가져 온 석유 드럼통을 식탁 대신 세워두고 그 앞에 서서 술을 마셨다. ‘국민 술’ 막걸리는 희석식 소주로 대체됐다. 1946년 해방 이후 미 군정청에서 막걸리 주조 금지령을 내리면서 술을 빚고 파는 법이 엄격해졌다. 서민들은 자연스럽게 더 값이 싸고 도수가 높은 술을 원했는데 그게 바로 희석식 소주였다. 최근에는 순수한 곡식으로만 만들어 맛이 깔끔하고 순수한 원조 증류식 소주가 부활하는 분위기다. 숙성과 발효를 거쳐 마셔도 숙취가 없는 프리미엄 막걸리 브랜드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레드스푼 1위 맛집 ‘락희옥’ 김선희 대표는 “한식 주점이라고 해서 꼭 우리 술만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술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한식 식재료와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개미집’ 김홍준 대표는 “보리나 유자, 땅콩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더해 만든 창작 막걸리가 인기”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식이라고 해서 꼭 옛날과 똑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젊은 층에게 어필한 게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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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기자lee.youngji@joongang.co.kr
강남통신·열려라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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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기자kimkr8486@joongang.co.kr
강남통신·열려라공부 사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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