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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 기자의 오후 6詩]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

3 이 기사는 2016-01-07 오전 11:18:54 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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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 일 년에 한 번을 온다
몸을 씻으러도 오고 옷을 입으려고도 온다

돌이킬 수 없으려니
너무 많은 것을 나 몰라라 하고 온다

그냥 사각의 방
하지만 네 각이어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제 마음을 따라 여섯 각이기도 한 방

물방울은 큰 물에 몰두하고
소리는 사라짐에 몰두한다

얼룩은 옷깃에 몰두할 것이고
소란은 소문에 몰두할 것이다

어느 이름 없는 별에 홀로 살러 들어가려는 것처럼
몰두하여
좀이 슬어야겠다는 것
그 또한 불멸의 습(習)인 것

개들은 잠을 못 이루고 둥글게 몸을 말고
유빙이 떠다니는 바깥

몰려드는 헛것들을 모른 체하면서
정수리의 궁리들을 모른 체하면서

일 년에 한 번 처소에 와서
나는 일 년에 한 번을 몰두한다

이병률 '침묵여관'


찰나에서 찬란을 발견해내는 시인 이병률의 시집『눈사람 여관』 중 '침묵여관' 이라는 시입니다. 시인 특유의 바닥 없는 슬픔과 고요한 시선이 묻어나는 시집으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기 위한 시간 좋은 책입니다. 이병률 시인은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이 세상에서 그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내려 놓자고 합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개인적인 여러 문제 앞에 서 있지만, 이 시처럼 그저 모든 잡념은 내려놓고 차분히 나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강남통신 송혜영 기자 sincerehear@joongang.co.kr


[송혜영 기자의 오후 여섯 時]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부치지 않은 편지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주인공은…
사는게 뭐라고
어머니의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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