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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네이버의 트래픽 전략, 부동산에 심다

1 이 기사는 2016-08-17 오전 00:01:00 에 실린 기사입니다.

| 조수용 그리고 D타워


IT뿐 아니라 부동산도 사람 몰려야 돈 돼
24층 건물 지하에 로비 둔 건 계산된 전략
식당가 부러 저층에 배치, 확 열린 느낌 줘



건축주·설계자·시공사 따로 놀면 안 돼
부동산은 종합 예술, 하나로 꿰는 게 중요
인간 소통 방식 변하면 공간도 그에 맞춰야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곳은 지난해 10월 오픈한 광화문 D타워다. 교보문고 뒤, 적갈색 정육면체 블록을 쌓은 것 같은 건물 두 동이 바로 D타워다. 도심 오피스빌딩 한 가운데 있지만 ‘빌즈’ 등 사람 줄 세우는 트렌디한 맛집이 몰려 있는 덕분에 주말에도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찌보면 별다른 게 없는데도 뭔지 모를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이 건물은 네이버 녹색창 디자이너이자 NHN 사옥 ‘그린 팩토리’(2010년 완공)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으로 유명한 조수용(42) JOH 대표의 작업 결과물이다. 영종도 네스트 호텔과 여의도 글래드 호텔을 기획했을 때처럼 D타워 역시 맨 처음 콘셉트를 잡는 것에서부터 입점업체 기획 컨설팅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그림까지 전체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총괄했다. 건물주인(대림산업)이 따로 있는데 나서기가 부담스럽다는 그를 조르고 또 졸라 D타워 공간에 얽힌 얘기를 들었다. 江南通新과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2년 여만의 인터뷰다.


 
기획자 입으로 직접 이 공간을 자랑해달라.
“처음부터 매력적인 공간이길 원했다. 건물 외관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좋은 사람이 입주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의미 있는 공간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D타워는 처음 기획했던대로 잘 굴러가고 있다. 트래픽이 몰리는 공간이 되지 않았나.”
트래픽? 네이버(IT업계) 출신다운 용어선택 같다. 건물이 포털 사이트도 아닌데 대체 트래픽이 왜 중요한가.
“난 온라인 세상의 법칙을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네이버든 카카오든 페이스북이든 처음엔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구체적인 구상 없이 일단 사람을 모으지 않았나. 트래픽이 자산이다.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IT업계뿐 아니라 부동산업계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몰리면 입점 업체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결국 건물 가치가 올라간다. 건물주라면 다들 좀더 많은 수익을 내고 싶을텐데, 사람이 모이는 것만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트래픽이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지상 24층짜리 오피스빌딩인데 1층에 로비를 두지 않았다. 이것도 트래픽을 끌기 위한 전략인가.
“그렇다. 계산된 친근성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광화문 주변은 언론사·공공기관 등에 다니는 수많은 직장인이 있다. 외국인이 많고 주말엔 청계천·교보문고·세종문화회관 때문에 가족 단위 외식인구도 적지 않다. 이런 풍성한 유동인구를 제대로 끌어들이려면 오피스빌딩의 전형을 벗어나 역동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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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타워 전경. 가운데 ‘유니클로’ 매장이 보인다. 사진 왼쪽의 좁은 골목이 ‘피맛골’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소호길.



※D타워의 로비는 1층이 아니라 지하다. 건물에 들어서면 시원하게 트인 공간이 눈에 들어오면서 2~5층 식당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D타워를 여러 번 가본 사람도 이곳을 5층짜리 식당가라고 흔히들 착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D타워라고 부르면서 드나드는 공간은 사실 ‘리플레이스’라는 한정된 곳으로, 오피스와는 동선이 아예 다르다.


 
오피스 빌딩의 식당가란 무릇 지하, 아니면 꼭대기 층에 있지 않나. 굳이 저층 핵심부를 식당가에 내준 이유가 궁금하다.
“식당가가 지하나 꼭대기에 있으면 항상 ‘남의 사무실 귀퉁이를 방문하는 느낌’을 준다. 난 사람들이 편하게 동네 맛집 기웃기웃 하듯 둘러볼 수 있는 분위기를 원했다.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야외에 있는 듯한 착각, 폐쇄된 느낌이 아니라 열리고 통하는 느낌 말이다. 그래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릴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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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타워 5층에서 바라본 실내 전경. 통유리창에 접한 테라스 좌석이 마치 야외 같다.


※종로소방서 쪽 입구로 들어서면 4층까지 쭉 뻗은 ‘캐스케이드(cascade·폭포수) 에스컬레이터’가시선을 잡아 끈다. 각 층은 천정으로 막혀 있지 않고 책상 여닫이 서랍을 빼놓은 것처럼 툭툭 공중에 뻗어있다. 이렇게 탁 트여있으니 마치 야외인듯 시원할 수밖에 없는데 통유리창 커튼월(curtain wall)을 통해 햇살(밤에는 조명)까지 쏟아져 들어오면서 건물 안팎 경계를 무너뜨린다.

 
1~5층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 배치가 인상적이다.
“처음부터 어떻게 설계해야 ‘5층이 5층 같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일반 상업 빌딩에선 1·2층 위로는 가게들이 입점을 꺼려 임대료도 낮게 매겨진다. D타워에선 각 매장 뷰(view)가 한눈에 들어오게끔 에스컬레이터를 놓고 중앙을 텅 비웠다. 전체 임대 평형은 줄어들었지만 각 업장 임대료는 올랐으니 수익 면에선 더 낫다. D타워에선 1층과 5층 간 임대료 차이가 여느 빌딩처럼 크지 않다.”
원래 사업감각이 뛰어난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공간을 외식 트렌드같은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접근할 지는 몰랐다.
“나는 부동산을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디자이너 출신이긴 하지만 건물을 지을 땐 단순히 외관(디자인)만이 아니라 당연히 수익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이게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에선 다 따로 놀았다. 건축주의 의도가 있고, 설계자의 생각이 있고, 시공사의 바람이 있고, 최종 입점업체를 중계하는 사람의 취향이 따로 있는 식이다. 각 단계마다 그 일을 맡은 사람은 최선을 다해 작업을 하지만 하나의 의도로 연결시키지 못하니 결과적으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된다. D타워는 바로 이 점이 달랐다. 처음 기획부터 최종 쓰임새까지 JOH가 프로젝트를 콘트롤을 할 수 있어 성공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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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있는 루프톱 느낌을 주는 5층 ‘한육감’ 매장.


※원래 D타워는 다른 설계회사의 설계도로 2011년 착공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평범한 오피스빌딩 콘셉트였다. 조 대표는 그 공간에 대해 얘기를 듣고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에게 다른 공간으로 꾸미는 게 수익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 말을 이해한 이 부회장은 조 대표에게 공간 기획을 제안했고, 결국 대림산업은 그때까지의 작업을 모두 되돌리고 조 대표의 제안에 맞춰 착공도 1년이나 뒤로 미뤘다.

 
그 시점엔 이미 꽤 많은 돈이 들어갔을텐데 어떻게 설득했나.
“건물주 입장에서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오너라도 이미 시공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건 맞다. 이 부회장의 결단력이 지금의 D타워를 존재하게 했다.”
지금이야 워낙 D타워가 성공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입점업체 설득도 건물주 설득 만큼이나 어려웠을 것 같다.
“기존에 광화문에서 찾기 어려운 업종과 메뉴라는 원칙을 갖고 각 매장 자리마다 10배수 이상의 후보를 만나고 설득했다. 처음엔 1·2층만 고집하던 업장들도 D타워의 공간 배치를 직접 와서 보고는 고층도 좋다며 만족해했다. 층수는 고객의 선택에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점심 때 대기고객이 가장 많은 스시 뷔페 ‘수사’나 호주식 캐주얼 레스토랑 ‘빌즈’ 모두 4층에 있다.”
트렌디한 외식 공간에선 아예 한식을 배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D타워 안엔 한식당이 세 곳이나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른들의 한식은 처음부터 필수라고 봤다. 젊은이만 오가는 공간이 아니라 비즈니스 접대가 가능하고 3대 가족의 식사가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각인되고 싶어서였다. ‘한육감’ ‘시별리(사리원)’ 등이 그런 중심을 잡아줬다. 가성비 좋은 한식 뷔페 ‘자연별곡’은 보다 안전한 선택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선택이었다. 한식은 아니지만 ‘매드포갈릭’도 그런 맥락에서 일찌감치 입점을 확정지었다.”
사실 D타워 밖에서 보면 외식공간보다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왜 ‘유니클로’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가장 공 들여 작업한 게 바로 이 ‘유니클로’다. 외식업체보다는 조금 늦은 올 1월 입점했다. 공들인 이유는 단지 식음공간이 아니라 리테일(retail·소매) 상점과 균형을 이뤄야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원래 오피스 상권에 회의적이었는데 D타워에서 예상을 훌쩍 벗어난 이례적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는 반색하는 중이다.”
대로변의 작은 골목 소호(Soho·小好)길도 인상적이다. 건물주 입장에선 금싸라기 땅을 비워 이렇게 골목으로 쓰는 게 적잖이 아까울 것 같기도 하다.
“건축 허가 조건 중 하나였다. 서울시는 원래 피맛길이던 이곳에 역사적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대로변에 면한 정면부에는 폭 3~4m 정도의 골목길을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누군가는 그걸 족쇄로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의미 있는 규제라고 판단했다. 모두 윈윈하는 선택이다. 골목은 사람을 모은다.”

※길이 35m의 소호길 양쪽은 재기발랄한 작은 가게들로 빼곡하다. 대개 테이크아웃 소점포로, 업종은 단팥빵·밀크티·에그번(egg bun)·김밥 등 겹치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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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D뮤지엄&리플레이스 내부. 이곳 역시 조수용 표와 대림산업의 합작품이다.

D타워 뿐 아니라 당신이 대림산업과 작업한 또 하나의 공간인 한남동 D뮤지엄&리플레이스도 젊은 사람들의 인증샷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곳의 매력은 뭘까.
“D뮤지엄 역시 4개 동 건물과 건물 사이를 채광 유리벽으로 연결해 ‘안과 밖’이라는 느낌을 없앴다.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해 산책하듯 여러 식당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D타워와의 공통점이다. 이런 공간에 젊은 사람들이 반응을 한다면 그건 아마 일하는 방식, 사는 방식이 변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사람끼리 소통하는 방식이 변화하면 공간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이런 걸 고려해 ‘사무실 공유 회사’ 같은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예전 같으면 단순한 부동산 임대업을 벗어나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IT를 결합해 훨씬 재밌는 작업을 할 수 있다. 네이버 사옥이 국내의 다른 많은 기업 사옥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


글=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김경록 기자kimkr8486@joongang.co.kr
강남통신·열려라공부 사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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